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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후반부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 괜히 숨을 죽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개봉 한 달쯤 지난 주말 낮에 '왕과 사는 남자'를 봤는데, 딱 그랬습니다. 이 영화는 3월 6일 누적 1000만 관객을 넘겼고, 장항준 감독은 데뷔 24년 만에 첫 천만 감독이 됐습니다.

천만 흥행요인, 작품 밖의 조건들
먼저 숫자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영화는 개봉 31일째에 1000만 관객을 넘겼고, 한국영화로는 25번째 천만 영화입니다. 2024년 '범죄도시4' 이후 약 2년 만이고, 사극으로는 '왕의 남자', '광해', '명량'에 이어 네 번째입니다(출처: 데일리안).
제작비는 105억 원으로 알려졌고,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은 8일 기준 8.91점이었습니다. 실관람객 평점이란 표를 사서 영화를 본 사람만 남길 수 있는 점수를 뜻합니다. 기자나 평론가 점수보다 관객 체감에 가까워서, 입소문을 가늠할 때 자주 참고합니다.
상반기 결산 기사에는 이 한 편이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의 45%를 차지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관객 점유율(전체 관객 가운데 한 작품이 가져간 비율)이 이 정도라면, 한 편이 시장을 끌고 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영화별 관객수와 매출 같은 공식 집계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평가자들이 꼽은 요인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익숙한 한국형 서사, 그리고 설 연휴와 삼일절 연휴가 맞물린 개봉 시기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설 연휴·삼일절 연휴가 겹친 개봉 시기로 가족 단위 관객이 모였다
- 결말을 이미 아는 이야기라 처음 보는 관객도 부담이 적었다
- 익숙한 한국형 서사가 진입 장벽을 낮췄다
- 실관람객 평점 8.91점이 입소문의 근거가 됐다
저는 이 흥행이 작품 하나의 힘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연휴에 가족이 함께 고르는 영화는 취향이 갈리지 않는 쪽으로 쏠리기 마련이고, 단종 이야기는 결말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줄거리 걱정 없이 표를 끊게 됩니다. 이런 조건은 시즌 효과(특정 시기의 관객 수요가 흥행을 밀어 올리는 현상)라고 부르는데, 영화의 질과는 별개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더욱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절제연출, 여백이 감정을 쌓는 방식
저는 화면을 볼 때 여백을 어떻게 쓰는지 눈여겨보는 편입니다. 여기서 여백이란 대사나 사건이 없는 시간, 그러니까 인물이 말을 멈추고 풍경만 비추는 컷을 가리킵니다. 이 영화는 그런 컷이 유난히 많았고, 덕분에 감정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고 천천히 쌓였다고 느꼈습니다.
영월 유배지에서 폐위된 단종 이홍위와 촌장 엄흥도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장면도 큰 사건 없이 오래 남았습니다. 눈물을 짜내는 대목이 따로 있었다기보다, 두 사람 사이에 시간이 쌓이는 걸 지켜보다 보니 후반부에 저절로 울컥하게 됐습니다. 극장 안 훌쩍임도 어느 한 장면이 아니라 후반 내내 이어졌고 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이런 연출을 흔히 절제된 연출이라고 합니다. 감정을 대사나 음악으로 설명하지 않고 관객이 스스로 채우게 두는 방식을 말합니다.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은 이 연출이 입소문의 핵심이라는 평가에 저는 동의합니다. 결말이 예상되는데도 마지막까지 집중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실존 인물을 다루는 영화라서,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부터가 창작인지 관객이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고 나서 기록과 영화 속 설정이 어디서 같고 어디서 다른지 찾아 읽어 봤습니다. 단종 관련 원문은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사이트에서 검색할 수 있습니다. 실록이란 조선 시대 왕의 재위 기간을 연도순으로 기록한 공식 역사서를 뜻합니다.
영화가 인상 깊다고 해서 영화 속 장면이 곧 역사는 아닙니다. 고증(옛 문헌과 자료를 근거로 사실 여부를 따져 확인하는 일)을 거친 부분과 상상으로 채운 부분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천만이라는 숫자와 별개로, 이 영화가 역사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해석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기록을 찾아본 뒤에 영화를 다시 떠올리니 장면이 더 입체적으로 읽혔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왕과 사는 남자는 천만 관객을 언제 넘겼나요?
A. 개봉 31일째인 3월 6일에 누적 1000만 관객을 넘겼습니다. 한국영화로는 25번째 천만 영화이고, 사극으로는 네 번째입니다.
Q. 이 영화는 역사와 얼마나 같은가요?
A. 단종이 폐위된 뒤 영월로 유배됐다는 큰 줄기는 역사와 이어지지만, 인물 사이의 대화와 감정선은 창작의 영역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고 나서 기록을 찾아 비교했는데, 같은 부분과 다른 부분이 모두 있었습니다. 영화는 해석이라는 전제로 보시길 권합니다.
Q. 사극이라 대사가 어렵지 않을까요?
A. 제가 본 바로는 대사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사극이라고 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Q. 흥행이 연휴 덕분이라는 말은 맞나요?
A. 설 연휴와 삼일절 연휴가 겹친 개봉 시기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 있고, 저도 그 부분은 인정합니다. 다만 한 달 뒤 주말 낮에도 객석이 거의 찼다는 점에서, 시기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 흥행은 연휴라는 시기와 익숙한 서사가 문을 열어 주고, 절제된 연출이 입소문으로 이어 간 결과로 보입니다. 보실 계획이라면 영화를 먼저 보고, 그다음에 실록과 기록을 찾아 비교해 보시길 권합니다. 사실과 해석을 나눠서 보면 같은 영화가 훨씬 깊게 남습니다.
결말
왕과 사는 남자는 요즘 침체된 영화 산업에 한줄기의 빛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역할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단종이라는 인물을 보다 입체적으로 느끼게 해주었으며, 그 안에 들어있는 감정을 누구보다 깊게 느낄 수 있었고, 그만큼 몰입감이 뛰어났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아직 보지 못하셨다면 꼭 한번 보시길 추천합니다.